http://news.joins.com/article/558/3680558.html?ctg=12
전 세계에서 현재 재배되고 있는 벼 품종의 60%는 그의 손을 거쳐 태어났다. 그가 벼 육종계에 뛰어들기 전인 1966년 연간 세계 벼 생산량 2억5천700만t은 그의 35년 노력끝에 6억t으로 증가했다.
벼 육종계의 대부 거뎁 쿠쉬(Gurdev Khush.75) 박사가 한국을 방문, 9일 경기도 수원 농촌진흥청에서 강연에 나섰다.
1935년 인도에서 태어난 쿠쉬 박사는 인도 펀잡대학을 졸업했다. 이어 미국 UC Davis에서 유전학 박사를 취득한 후 1967년부터 필리핀에 위치한 국제미작연구소에서 35년 동안 세계의 벼 육종 프로그램을 주도했다.
그가 벼 재배 국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탄생시킨 'IR36', 'IR64', 'IR72' 등 300여개 품종은 전 세계 벼 재배면적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에서 보릿고개라는 말을 사라지게 만든 '통일벼' 육성에도 국제미작연구소에서 그가 연구한 품종이 큰 도움을 주었다.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 '세계 식량위기 현황과 대응 전략'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쿠쉬 박사는 먼저 경고의 말을 던졌다.
"지난해 국제 쌀 가격이 1t당 300달러에서 1천달러로 뛰어 세계인들을 참으로 어렵게 했다. 특히 지구 온난화와 태풍, 홍수, 병해충의 만연은 우려할 수준으로 한국의 벼 생산도 위협받을 수 있다"
쿠쉬 박사는 특히 우리가 먹고 있는 찰지고 쌀알 모양이 긴 자포니카 품종의 생산이 제한적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쿠쉬 박사는 "갑작스런 기상 이변으로 한국의 벼 수확량이 뚝 떨어져 외국산을 비싼 가격으로라도 수입하고 싶어도 자포니카 생산량 자체가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수입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식량안보를 위해 한국도 다수확과 병해충 저항성이 있는 품종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쿠쉬 박사는 이어 "한국인의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가공식품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가공용 벼 품종 육성에도 노력해야 하고 아울러 질소 이용 효율 증대를 통한 친환경 및 생산비 절감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농업 R&D 분야에서 농진청의 세계적 역할에 대한 당부도 쿠쉬 박사는 잊지 않았다.
"1960년대와 70년대 한국은 국제미작연구소로부터 기술을 받는 수혜국이었지만 지금은 가장 빨리 기술을 전달해주는 수여국이 됐다. 국제미작연구소가 설립된 이래 수많은 저개발 국가의 식량, 특히 아시아인의 주곡인 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 보급하여 왔지만 아직도 많은 나라들은 기아와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젊고 유능한 연구진에 오랜 R&D 노하우을 보유하고 있는 농진청이 이 같은 어려움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1996년 노벨상에 비유되는 세계식량상(World Food Prize)을, 2000년에는 농업분야 울프상(Wolf Prize)을 받은 쿠쉬 박사는 지금까지 육성한 벼 품종 중 특히 'IR36'에 애착이 간다고 밝혔다.
해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2천500만㏊에서 재배되고 있는 IR36은 짧은 생육기간과 좋은 밥맛, 병해충 저항성으로 이들 국가의 식량난 해결에 큰 도움을 주었다.
쿠쉬 박사는 마지막으로 "한국의 쌀 소비가 줄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고 생산 기반까지 위축되서는 안된다"며 "한국에게는 북한이 있고 북한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쌀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나라는 세계에 많다"며 활짝 웃었다.
쿠쉬 박사는 17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며 경희대 등에서 강연과 세미나에 나설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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